지연씨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웃백에 왔습니다. 연세대 의대에 합격한 딸을 축하해 주기 아빠가 마련한 자리입니다.
지연씨가 5살, 언니가 8살 되던 해, 엄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소위 노가다꾼인 아빠는 딸 둘을 혼자 키우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일을 했습니다. 피눈물의 대가는 크지 않았고 그냥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습니다.
지연씨가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때 단짝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였습니다.
집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 있고 신선한 과일이 준비되어 있을 수 있단 것.. 그리고 집에 미끄럼틀을 놓을 수 있단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니는 집이 가난했기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안을 위해 상고로 진학했습니다. 자신을 위해 언니가 희생한 사실은 지연씨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지연씨는 정말 열씸히 공부를 했습니다. 전교1등을 하며 중학교 시절을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보냈고 지역에서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습니다.
스스로 학원 하나 안 다니고,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문제집 사서 전교 2등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시련을 불러왔습니다. 지연씨의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그녀는 펑펑 울었습니다.
그 때 언니가 안아주면서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떻게든 언니가 돈 벌어올 테니, 너는 공부 해서 개천에서 용 한번 제대로 나 봐”
“언니 너무 고마워.. 너무 미안해..”
드디어 수능날 지연씨는 아빠가 싸준 기름범벅 김치볶음밥을 싸들고 수능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가채점을 한 결과, 국어 2점짜리, 지구과학 2점짜리 단 두 문제에만 X표가 쳐져있는 가채점표를 붙들고 온 가족이 목놓아 울었습니다.
“아빠가 너희들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웃백 한 번 못 데려다 준 못난 아비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
아버지는 두딸 앞에서 엉엉 우셨습니다.
정시로 연세 의대에 합격한 지연씨는 합격의 기쁨도 잠시 바로 과외 알바를 시작하였습니다. 과외로 받은 돈을 밀린 월세 300만원을 갚고 남아있는 400만원을 자신을 위해 인생을 바친 언니와 아빠에게 반반 나눠 주었습니다.
합격 발표가 있던 날을 지연씨는 회상합니다.
‘오늘, 아빠가 아웃백을, 그것도 4인 랍스터 세트로 사주셨어요”, “언니와 내가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와 랍스터까지 먹는 모습을 본 아빠가 울었고 그 모습에 나랑 언니도 또 울었어요”
“울면서 4인 세트의 모든 음식을 다 먹었고 배가 찢어지게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힘든 시련을 이겨내고 의대에 합격한 그녀와 그녀를 위해 희생한 가족들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합니다.